전공의 시작하고 나서는 만 24시간 이상 꼬박 쉰 날이 거의 없었다. 여름 휴가 7박 8일. 그마저도 전날 온 환자가 넘어가면서 중환자실에서 꼬박 밤을 새고 기절하듯 비행기를 탔었고. 눈을 떴을 때는 바다 위를 날고 있었다. 땅에 닿았을 때 그 환자는 먼 곳으로 떠난 후였고.
주 80시간을 지키려고 노력하지만 만성 인력난에 시달리는 몇몇 과들은 노력한다는 데에 그 의의가 있는 경우가 많다. 애초에 주치의인 경우에는 말할 것도 없고. 환자들은 주 80시간에 맞추어서 아프지 않고 주 80시간에 맞추어 안 좋아지지 않는다.
항상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살다 보니 마음이 팍팍해지고 초조해지고, 그나마 중간중간 남는 시간은 무엇인가 의미 있는 자기 계발과 관련 된 일을 해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린다. 그러지 않아도 돼, 라는 누군가의 허락을 기다리는 것 마냥 초조해하고 전전긍긍해하고 그런다.
경쟁 속에 달려 온 삶에서는 늘 쉬는 것이 두렵고 어렵다. 의도치 않게 생긴 120시간의 휴식을 그렇게 초조하게 보내고 있다 바보같이. 그래도 휴식에 점점 익숙해져서 책을 약간 읽었고 오랜만에 너의 목소리를 들었고 너에게 보낼 시를 쓰고 그랬다.
쉬고 나면 다시 돌아갈 일이 무섭다. 다시 돌아가면 또 초조하고 여유가 없고 너에게 글 쓸 시간 내는 것조차 아까워 발을 동동 구르며 무심한 사람이 되어버리겠지만- 그 마음 또한 나의 것임을 안다. 그래서 오늘은 너와 함께 읽고 싶었던 책에 대해서 너에게 쓸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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