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ANK 허물


하릴 없이 Y와 시내를 쏘다니다가 즉흥적으로 봤다.




영화 전체를 관통하는 메시지는 사실 간단하다. 

"넌 절대 프랭크가 될 수 없어. 세상에 프랭크는 단 한명 뿐이야."

재능 없는 평범한 사람이 헛된 꿈을 꾸었을 때 어디까지 떨어질 수 있는지 극명하게 보여주는 영화였다. 세상은 늘 그렇다. 한 명의 프랭크와, 프랭크를 동경해서 프랭크가 되고 싶어하는 99명의 사람들로 이루어진다. 그 99명이 택할 수 있는 노선은 크게 두 가지다. 프랭크가 될 수 없음을 깨닫고 좌절해서 본인의 인생을 말아먹거나, 프랭크가 되겠다는 유아적인 집념에 사로잡혀 주변을 초토화시키는 싸이코가 되거나. 

영화를 보는 내내 존(돔놀 글리슨)의 목을 졸라버리고 싶었다. 본인이 뭐라도 되는 것처럼 착각에 젖어 사는 병신들은 늘 있다. 본인의 무능을 남의 탓으로 돌리고, 남의 성과에 은근슬쩍 편승해서 본인 이득을 챙기려고 하는 버러지 같은 종자들. 

불행히도 프랭크 같은 인물들은 그 재능 때문에 늘 타인들의 관심에 노출된다. 하지만 신은 공평하므로 그들에게 재능을 주는 대신 어딘가 덜 떨어지는 부분을 복병처럼 준비해 놓기 마련이다. 본인들의 이득을 위해 재능 있는 사람을 등쳐먹는 데 재주가 있는 인간들은 어딜 가나 있게 마련이고, 이런 두 사람이 만나면 재능을 가진 이는 파멸하게 마련이다. 

결국 프랭크도 타의에 의해 탈바가지를 빼앗기고 반쯤 파멸하지 않았는가.

유일하게 프랭크를 있는 그대로 인정해 준 동료들은 반쪽짜리 프랭크를 늘 그렇듯 담담하게 맞아준다. 그들에게 프랭크가 할 수 있는 유일한 말, I love you all. 









-

사실 존이 미웠던 이유는 다른 게 아니다. 존에게서 내 지난 모습을 보았기 때문이다. 잘하고 싶었지만 재능이 없었던 내가 반짝반짝 빛나는 애들에게 가졌던 열등감과 그 고통 때문에 밤을 지새우던 날들이 생각이 나서. 그래서 존을 죽여버리고 싶었던 거다. 재능은 아무에게나 주어지는 게 아니지만, 내가 발견하지 못한 재능이 내 안에 내재되어 있을지도 모른다. 좋아하는 일과 잘 하는 일이 일치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지만, 여전히 나는 답을 모르겠다. 그 둘 중에 어떤 것을 택해야 하는 것인지.

아니, 사실은 지금 마음속에서는 잠정적으로 잘하는 일을 택해야한다는 생각이 지배적이다. 그래야 그나마 내 얄팍한 자존감을 유지하며 살 수 있다.


오늘도 나는 내 탈바가지를 쓴 채 무사히 평범한 듯 보이는 하루를 넘긴다.